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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취 일기 1부. 사회 초년생의 첫 월세 계약 후기 및 주의사항

202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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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빈 집의 모습

 

 

 

 

 나이 지긋이 먹고 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것은 영 불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아무리 부모님께서도 눈치를 준다거나 하지 않고 사랑 받으며 자랐다고 스스로 여기건만,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게 사람 심리라고 하였던가 천년만년 같았던 본가를 떠나 나만의 개인적 공간을 이루고 싶은 욕망이 생기곤 했다.

 

 독립을 위한 핑계를 찾던 터에 갑자기 직장을 구하게 됐다. 1인 사업장을 그만두고 주변인의 조언에 따라 회사를 다니게 된 것이다. 당장 직장을 구해 서울에서 자취방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개강 시즌이 겹쳐 괜찮은 집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당장 4월 초까지 방을 구해야 하는데 2월 늦게 방을 찾으니 괜찮은 매물이 없다. 

 

 여러 매물을 물색했는데 후보 하나는 오라고 해놓고 방은 안 보여주고 이곳저곳 돌린다... 어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고 또 거기 출입문을 열어서 돌아가는 집의 방문을 여니, 현관문에는 커플로 보이는 연인의 사진이 붙여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방 크기에 비해 무식하게 큰 침대와 각종 살림살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작은 집의 크기에 비해, 분명히 의식적으로 정돈된 것으로 보아 어느정도 살림에 대한 의지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주변은 유흥가이고 환기도 잘 안 되는 작은 창문,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싫어 거절했다. 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니 원래 보여주기로 한 방은 지금 집 주인이 부도나서 못 하고 내가 가진 금액으로는 이런 집도 못 구한다고 한다.

 

 오라고 한 부동산에 웬 문신한 젊은 알바생만 잔뜩 있던 것부터 느낌이 이상하다고 했다. 부동산 허위매물 조심하라고 하더니, 이런 것인가 보다. 부글부글 끓지만 여기서 화만 내봤자 나만 손해다. 이런 사람들은 애초에 이렇게 태어난 것인 사람들이다.

 

 어이가 없지만 생각보다 서울에는 이런 매물이 많았다. 소비자들을 의도적으로 기만하려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지, 이런 사소한 해프닝은 수업료라 여겨보니 '나는 사람들을 속이겠다.'라고 대놓고 올려놓은 매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신탁등기 매물은 거르는 것이 좋다.

 

  • 화이트 톤
  • 공인중개사가 올려놓은 사진이 정장 입고 웃으며 팔짱끼고 있거나 지나치게 젊다.
  •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

 

 대충 이런 것들을 걸러보니, 몇몇 매물들이 골라진다. 이 중 하나를 골라 가보니, 중년 남성 중개사가 딱히 팔려는 의지가 없는 것인지 연락해도 오든 말든 이런 느낌이다. 전화해서 방 보러가겠다는데 은근히 반말 하길래 불쾌해서 당일 안 간다고 말하고 안 간다고 했다.

 

 그러다가 한 곳에 연락을 했는데 뭔가 느낌이 좋다. 사진으로 보는 방 자체의 느낌은 괜찮아서 즉시 통화를 하고 방을 보러 갔는데 이런 말씀 드리면 죄송하지만 다크 서클에 머리가 살짝 벗겨지면서 경차를 타고 부리나케 오시는 모습에서 신뢰도가 치솟았다. 🫡

 

 

 그래서 올라가보니 중문도 있고 방도 나눠져 있는데... 문제는 여기 있었다. 작은 방의 방 구조가 삼각형이다. 그리고 입주 청소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침대와 세탁기가 없다. 옵션에 침대와 세탁기 없는 곳은 처음인데, 우리는 이 정도 구조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고 나름 깔끔한 신축이었기에 바로 계약을 하기로 했다.

 

 게다가 요즘 같이 심심하면 사고가 터지는 세상에 현관문에 CCTV가 달려있고, 집 바로 앞 전봇대에 지자체에서 달아놓은 CCTV만 무려 4개가 달려 있었다. 애초에 불행이 안 생기는 것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훨씬 좋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사실 엄청난 행운이었다. 넓은 집은 아니지만 엘리베이터와 중문도 있고 깔끔한 집, 보일러와 냉장고, 에어컨이 있었기에 첫 시작을 하기에 나쁘지 않은 보금자리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입사까지 1달의 시간이 있었기에 문제를 해결하기까지의 시간은 충분했다.

 

 

결국에는 이사 가는데 수많은 단프라 박스가 필요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전세사기다 뭐다 해서 큰 돈을 함부로 입금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다보니 그 동안 등기부등본도 떼어보고 유튜브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찾아보았다. 그래도 당하는게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안심이 될 것 같아 계약을 하기로 한다.

 

 부동산 계약에 대해 쥐뿔도 모르건만, 낮과 밤의 거리 모습이 다르므로 꼭 다른 시간대에 한 번은 방문해야 된다는 말에 계약 당일 부동산 방문 전 다시 한 번 집을 보고자 방문해보았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몰라 그냥 아쉬운대로 지나가려던 도중, 노부부께서 장갑을 끼시고 빗자루를 드시고 나오셨는데, 누구신가 했더니 집 주인 부부셨다.

 

 계약 당일 집 청소를 하시다가 집 주변에서 서성이는 것을 CCTV로 보고 나와보신 것이다. 계약하기로 한 세입자인 것을 알게 되자 의심의 눈초리는 곧 미소로 바뀌었고 한 번 다시 보고 가시라고 하셨다.

 

 낮에 다시 들어가보니 채광이 너무 좋다. 큰 창문에서 오는 만족감이 커서 계약에 대한 확신이 더욱 서는데, 에어컨은 셀프로 청소해야 된다는 말에 땀이 삐질삐질 난다. 어쨌든 이 한 마디에 시스템 에어컨 청소하는 법도 유튜브를 보고 배우게 됐다. 

 

 다시 돌아와 계약을 하러 부동산으로 함께 간다. 부동산까지 걸으며 본 동네 분위기는 말 그대로 '사람 사는 곳'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동네와는 한참 다르고, 낮고 오래된 건물이 즐비하다. 흔히 빨간 벽돌이 즐비한 곳. 노후화된 곳이지만 그래도 간간히 신축 건물도 있는 그런 빌라촌이다.

 

 나라고 이런 곳 들어오고 싶겠냐고 묻겠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당장 급하게 한 몸 누울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넓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중문도 있고 나름 중층에 에어컨, 보일러실, 큰 창문 있으니 만족이라고 합리화하며 부동산을 찾아갔다.

 

 부동산 안에는 노부부와 함께 연세 지긋하신 공인중개사 세 분, 아까 집을 보러 갔을 때 다크서클이 짙으신 분이 계셨다. 아마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아니셨을까 싶은데 사람이 모두 모이니 나이가 제일 많으신 공인중개사 할아버지께서 서류 뭉치를 들고 한하나 짚어주셨다. 내용은 모두 유튜브에서 공부한 내용이었다.

 

 월세 보증금 관련으로 최우선변제금에 해당된다는 점, 등기부등본 상으로 확인되는 임대인의 근저당권이나 뭐 임차인은 애완동물 금지라는 점 등등... 뭐 특별할 것은 없었고 심지어 중개수수료도 인터넷에서 계산한 그대로였다.

 

 그렇게 서울 살이가 시작됐다. 총 2년을 계약하고 먼저 계약금을 지불하고 나오니 마음이 그대로 홀가분하다. 이제 짐을 옮기는 것부터 걱정이고 이제부터 인생 1막이 진짜 시작됐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건 그저 내 기우였고 진짜 고생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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