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간디스토마로 알려진 간흡충은 중국, 대만, 러시아, 베트남 등의 토착 기생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4대강 유역에 토착화되어있고, 1994년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 간흡충 감염 인구는 약 700만명, 그리고 2013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국내 간흡충 감염 인구는 무려 약 1.9% (약 93만명)입니다.
간흡충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은 꽤 살기 좋은 땅인 것으로 보입니다.
▲ 질병관리본부, 2018
재밌는 점은 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간흡충 유행지역에서 8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주민의 약 7할이 민물생선회 섭취 경험이 있고 간흡충 양성자 327명 중 약 9할이 맛있어서 계속 먹는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30년간의 간흡충 퇴치 사업에도 2%의 감염률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걸 보니 맛있긴 맛있나봅니다. 🤔 (농담입니다.)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간흡충은 포유동물은 종숙주로 기생하고, 그 분변을 통해 충란이 배출됩니다. 배출된 충란이 제 1중간숙주인 우렁이에게 먹히면 위 내에서 섬모유충이 탈출하고, 그 속에서 꼬리유충으로 발육한 뒤 수중으로 방출됩니다.
이 꼬리유충은 물 속에서 2일 내로 제 2중간숙주인 민물고기를 만나지 못한다면 그대로 죽어버립니다. 즉, 꼬리유충이 들어간 계곡물을 마셔도 아직은 감염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도 맛보고 싶진 않습니다.)
꼬리유충은 민물고기를 만나면 비늘 사이로 들어가 꼬리를 떼버리고, 조직을 용해시키면서 근육 속으로 들어간 뒤 포유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는 감염성 피낭유충이 됩니다. 이제 피낭유충은 위산에 강한 피막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을 감염시킬 준비가 되었습니다.
▲ 돌고기 (맛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민물고기의 생식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그 외에 민물고기를 조리한 뒤 조리 도구를 가열 처리하지 않았거나, 조리한 사람의 손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비록 간흡충에 비하면 사례는 훨~씬 적습니다만, 민물회 뿐만 아니라 참게, 민물새우, 민물가재 등의 경우도 참게장, 가재즙으로 복용시 폐흡충 위험이 있습니다.)
가장 심하게 감염이 되어있는 어종은 돌고기, 참붕어, 큰납자리, 긴몰개, 몰개, 붕어, 백조어, 모래무지, 피라미 등으로, 1마리에 들어있는 유충의 개체수가 4자리에 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1마리만 생식하여도 치명적인 수준입니다.
인터넷 낚시 커뮤니티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로 자연산 붕어회가 간흡충으로부터 안전하다며 이것은 붕어회를 못 먹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는 주장이 있더군요.
그래서 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본부, 미국 CDC 보고서까지 다 뒤져봤는데 붕어 역시 간흡충의 위험 숙주로 분명히 명시되어있었습니다. 먹지 마세요.🤔
간흡충 감염으로 인한 증상은 감염 정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간흡충은 인체 내에서 최대 30년까지 생존이 가능하고, 급성 감염 증상이 거의 없어 감염 정도가 낮을 때에는 무증상이나 가벼운 소화불량 정도만 일으키니 예방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 심한 감염이 일어날 경우 무력감, 메스꺼움, 소화불량, 두통, 현기증, 복부팽만, 설사, 복통, 황달 등의 증상이 일어납니다. 만성이 될 경우 담석증, 담낭염, 간농양, 췌장염, 담관암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어린이의 경우 발달지연, 영양실조, 빈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성인 10명 중 1명은 담석이 있다고 합니다만, 이 경우 죽은 성충과 충란으로 인해 훨씬 많은 담석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국내와 국외의 모든 보고서에서 간흡충의 만성 감염과 담관암의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증상 기간이 길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고 대부분이 고령의 환자입니다.
황달이 이미 왔을 때는 암이 충분히 진행되었음을 의미하므로 8할의 환자가 수술이 어렵습니다. 제발 민물고기를 생식하지 맙시다.
▲ 나뭇잎 모양의 간흡충 성충
간흡충의 충란은 50℃에서 5분, 70℃에서 30초, 98℃에서 20초로 가열하면 죽으며, 냉동 상태, 식초 내에서 6일까지 생존이 가능합니다.
민물고기 내의 피낭유충은 간장에서 19시간, 식초에서 25시간, 식염수에서는 48시간, 냉동 상태에서는 6일간 생존이 가능합니다.
마늘즙과 소주에서도 상당 기간 생존하며 수돗물에서는 22일 이상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냉동 상태로 보관하다가 가열 조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리할 때에는 조리 도구의 확실한 가열 처리, 또한 손 세척 역시 확실해야 합니다.
대변 검사를 통한 충란의 유무로 감염 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진단키트로도 검사가 가능합니다. 물론 대변 검사가 더 정확하긴 합니다.
진단 이후에는 전문 의약품인 간흡충 구충약 (프라지콴텔)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다만, 프라지콴텔이 성충이 아닌 피낭유충에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답이 없는 반면에 약의 부작용은 존재하기 때문에 먹을 것 다 먹고 '처방해주세요~'로 나온다면 의사 재량에 따라 예방약 처방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일반 구충약을 복용한다고 해도 간흡충은 박멸되지 않습니다. 생식 전 구충약을 복용하는 행위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자기 자신도 보호하고 의사도 곤란하지 않게 하려면 자연산 민물고기 생식을 멀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우렁이 등의 제 1중간숙주에 노출될 일 없는 양식의 경우, 생식을 하여도 안전합니다. 안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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